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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서/소설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 유홍종

by 저스트수 2020.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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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유홍종은 1974년 《월간문학》에 시 「달빛소리」로 등단하였으나 곧이어 소설로 전환, 환상과 현실을 접목시킨 소설집 「불새」,「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와 사회의 구조적 폭력에 희생된 개인을 다룬 장편소설 「서울 무지개」,「추억의 이름으로」 등을 발표했다.

 

 

 

 

줄거리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1988)는 심인성 강박 관념의 증세를 보이며 때때로 ‘큰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검은 새 한 마리가 셀룰로이드처럼 얇게 덮여 있는 투명한 죽음의 세포막을 향해 다가오는 환각’에 시달리고 있는 연극을 전공하는 전문대학 교수인 ‘나’가 한 통의 편지를 받고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된다. ‘나’는 십 년 전 ‘오여란’이란 소녀와 동거를 한 적이 있다. 여란의 어머니는 국제결혼으로 독일에 살았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는데 할아버지의 지병이 악화되자 여란은 고아가 되었다. ‘나’는 밤마다 들리는 플루트 소리에 매료되어있던 차에 그 소리의 진원지가 여란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플루트 소리가 들리지 않는 어느 밤 여란을 찾아갔다가 아픈 그녀를 간호하면서 자연스럽게 동거로 이어 지게 된다. 

 

  여란은 열두 살이라는 나이보다 정신적으로는 십 년은 숙성했으며, 정서적으로도 예민하고 지적 감수성이 뛰어났다. 그 둘은 정서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랑하게 되는데, ‘나’의 수도사적인 면 혹은 고지식함 때문에 소녀와 성적인 관계만은 맺지 않는다. 그러나 여란은 기회가 올 때마다 놓치지 않고 ‘나’와 특별한 관계를 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독일에 있는 어머니에게 가게 되면서 여란이 성인이 된 후에 결혼을 기약하고 떠난다. 그렇게 육 년 동안 편지를 나누면서 여란은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했고, 어느 날 ‘나’를 만나러 한국에 돌아왔다. 여란은 오래전 들려주었던 플루트를 연주해 주고 곧 짧은 해후 뒤에 나는 죽음의 길목에까지 가게 된다. 그녀가 나의 술잔에 벨라돈나의 열매에서 추출한 독액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 일로 여란이 독일에 가 일 년 만에 혈우병으로 죽게 되었으며 그동안 편지를 나눈 상대는 여란이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 클라라 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감상

 

 

 주인공인 ‘나’와 ‘오여란’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클라라 김’ 이들의 관계는 팽팽한 긴장으로 가득한 관계이면서 인물 하나하나에 이질적인 요소를 잘 담아내고 있다. 소설 속에서 ‘클라라 김’은 숨겨져 있지만 상당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순수함을 유지하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를 가진 딸 ‘오여란’을 통해서 부여되는 것이다. 또한 ‘오여란’의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긴장은 ‘나’와의 나이차이 뿐만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인 ‘클라라 김’의 살의 통해서 더욱 상승된다. 또 이들 사이에서 사랑과 죽음의 강을 경험하는 주인공 ‘나’는 결국 그 둘 누구과도 ‘관계를 가질 뻔’ 할 뿐 경계를 넘지 않음으로 이야기는 서사성을 획득한다.

 

‘선생님 저에요.’로 시작하는 ‘클라라 김’의 편지는 이야기의 시작이면서 끝이다. 이 동일한 시점은 독자의 상상력을 확장시켜 주면서 과연 어떠한 비밀을 또다시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리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또 이야기 전체를 볼 때 ‘클라라 김’이 ‘나’를 죽이려 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작가 유홍종은 문장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혹시 주인공 ‘나’ 스스로 벨라돈나를 넣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낳을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은 “나는 바로 그 매혹스러운 광택을 가진 그 열매의 독액을 마셨던 것이다.”, “나는 깨어난 후에도 내가 왜 아트로 파 벨라돈나의 열매에서 추출된 독액을 술에 타 마셨는지 말하지 않았다.”와 같은 문장에서 찾을 수 있다. 선명하게 자발적인 문장이다. 이는 작품 밖, 독자의 자리를 더욱 넓혀 준다.

 

작가의 말에서 유홍종은 ‘이 소설은 화려한 독버섯과 매혹적인 광택을 가진 벨라돈나처럼 극미(極美)는 죽음과 인연이 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기 이전에 내가 관능과 탐미와 범죄의 파행적 매혹에 시달리던 때의 정신적 편력을 기록한 작품들이다.’라고 고백한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벨라돈나라는 식물은 환각의 오묘한 긴장을 자아내는 소재이다. 벨라돈나는 ‘미친벚나무’라는 뜻을 가진 환각제 성분을 가진 식물로 매혹스러운 광택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버찌로 혼돈하고 먹어 죽음에 이르도록 한다는 것에 기인해 여란과의 탐미적인 사랑과 여란 어머니 ‘클라라 김’이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에 이원 된다. 또한 벨라돈나라는 소재는 여란의 어머니가 왜 나를 죽이려 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다소 해결해 주는 단서이자 이 소설에서 형상화하고자 했던 극미(極美)와 맞닿은 죽음의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마련한 장치로서 플루트 역시 벨라돈나와 다르지 않은 역할을 하는 소재이다. 이 플루트는 ‘오여란’과 ‘나’의 만남을 이어 주는 가교이며 ‘나’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소나타인 것이다. 프루트는 소녀와의 맑은 관계에 놓여 있는 아름다운 선율의 산실인 동시에 ‘ 왠지 모를 슬픔과 외로움이 거세게 밀어닥치기 시작하는’ 죽음의 순간을 유도하는 신호음이기도 한 것이다.

 

 

- 오래전 독후감을 꺼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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