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일반도서/시1 바다 고시원 / 김진 김진 시인, 너의 첫 시집이 이렇게나 추운데 내 집 앞에서 며칠을 떨고 있었나 봐. 내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장을 보러 가고, 새로 여는 학원의 잡다한 일로 오갈 때마다 너의 세계가, 너의 경계가 조용히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겠지. 그렇게 네가 십 년 넘는 시간 동안 너는 나를 우리를 세상을 그렇게 오래오래 지켜보고 있었을 거란 생각에 마음 한쪽이 시큰하더라고. 너도 알지? 오래전에 나도 시인이란 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었었던 거. 그런데 나에겐 재능도 없지만 세상에 나의 목소리를 꺼내놓을 용기가 전혀 없더라고. 그때 그 빠른 포기가 내 인생의 유일한 현명함이 아니었나 싶어. 진이야, "김진 시인"하고 너를 부를 수 있어서 기쁘다.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시집을 펼쳐놓고 느리게 빠져들었네. 너의 시 .. 2020. 11. 23.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